한국 정치 갈등, 왜 계속되나 — 제도의 문제를 말하다

여야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성을 지르고, 야당 대표가 피켓을 들고, 여당 집회와 야당 집회가 동시에 광화문에서 벌어진다. 한국 정치는 왜 맨날 싸우나 싶을 정도로 갈등이 심하다. 이것은 최근의 현상이 아니다. 지난 30년간 한국 정치 갈등은 ‘구조적’이었다. 그 이유는 제도에 있다.
- 제왕적 대통령제의 구조 — 5년 단임제가 만드는 전쟁 정치
- 승자독식 소선거구제 — 51%가 100%를 가져가는 선거 구조
- 팬덤 정치의 등장 — 지지자가 아닌 팬이 된 유권자들
- 지역주의 30년 — 영남vs호남 구도는 왜 안 깨지나
- 탈출구는 있는가 — 개헌·선거제 개혁 논의의 현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구조 — 5년 단임제가 만드는 전쟁 정치
한국 대통령은 다른 나라 대통령보다 권력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영미식 대통령제(미국, 한국)는 의원내각제(영국, 독일)보다 행정부 권력이 크다. 그런데 한국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보다도 권한이 많다. 법령 제정권, 인사권, 예산 편성권이 집중되어 있다. 이를 ‘제왕적 대통령제’라 부른다.
더 큰 문제는 5년 단임제다. 대통령은 재선이 불가능하므로, 임기 말년에 ‘레임덕’이 된다. 동시에 다음 선거는 여당에게 생사가 걸린 문제다. 만약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떻게 될까? 현직 대통령과 그 세력이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한국 대통령 중 상당수가 퇴임 후 사법 곤란을 겪었다. 따라서 여당은 반드시 정권을 지켜야 하고, 야당은 반드시 집권해야 한다. 이것이 정치 갈등의 근본 동력이다.
승자독식 소선거구제 — 51%가 100%를 가져가는 선거 구조
한국은 소선거구제다. 한 지역에서 한 명만 대의원을 배출한다. 만약 어떤 지역에서 A당이 51%, B당이 49%를 얻으면, A당이 100%의 의석을 차지한다. 이것은 유권자의 절반에 가까운 B당 지지자들의 의견이 완전히 무시된다는 뜻이다.
비례대표제 국가(독일, 네덜란드)에서는 49% 득표당이 원내에서도 비슷한 비율의 의석을 확보한다. 따라서 다당파가 당연하고, 여야 간 합의와 타협이 필수다. 그러나 한국의 소선거구제는 ‘압도적 승리’의 착각을 만든다. 51%가 100%를 가졌으니 자신의 정당이 주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강경한 정치 공세와 상대 진영 배제를 정당화한다.

팬덤 정치의 등장 — 지지자가 아닌 팬이 된 유권자들
과거 한국 정치는 ‘정당 정치’였다. 유권자들은 정당의 정책과 철학에 따라 투표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한국 정치는 급격히 ‘팬덤 정치’로 변했다. TV와 SNS에 등장하는 지도자를 마치 연예인처럼 추종한다.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응원의 대상’이 되었다.
팬덤의 특징은 ‘절대선의 논리’다. 우리 진영은 선이고 상대 진영은 악이라는 이분법이 굳어진다. 정책 비판은 ‘당의 이익을 해치는 배신’이 되고, 상대 진영의 주장은 애초에 경청 대상이 아니다. 또한 팬덤은 숫자로 움직인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이느냐, 얼마나 큰 소리를 내느냐가 진리가 된다. 이것이 집회 문화를 과열시키고, 정치 갈등을 심화시킨다.
지역주의 30년 — 영남vs호남 구도는 왜 안 깨지나
한국의 한국 정치 갈등은 또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바로 지역주의다. 영남 지역은 보수 야당을, 호남 지역은 진보 여당을 반복적으로 지지한다. 이 패턴이 30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왜 이런 패턴이 이어질까? 역사적 원인이 있다. 1980년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처리 방식이 호남 지역의 진보 진영을 강화했고, 영남 지역의 보수 진영은 해당 정부를 지지함으로써 지역 정체성을 형성했다. 이후 30년간 지역주의는 정치의 핵심 변수가 되었다. 지역 이익 대항으로는 정책 공약이 의미가 없다. 오직 ‘우리 지역의 대통령’을 뽑으려는 욕구만 남는다. 이것이 한국 정치 갈등의 악순환을 이어가게 한다.
탈출구는 있는가 — 개헌·선거제 개혁 논의의 현실
정치 갈등의 구조를 바꾸려면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개헌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면, 현재의 생사를 건 권력 투쟁은 완화될 수 있다. 의원내각제 국가들(영국, 독일, 호주)을 보면 정당과 진영 간 합의와 타협이 자연스럽다. 권력의 크기가 작아지면 선거의 중요성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은 선거제 개혁이다. 소선거구제를 비례대표제로 바꾸면, 다당파 구조가 자동으로 형성되고 타협의 정치가 시작된다. 또한 지역주의 약화에도 도움이 된다. 소선거구제에서는 강한 지역 기반이 승리의 열쇠지만, 비례대표제에서는 전국적 지지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둡다. 현 정권은 개헌에 관심이 없고, 선거제 개혁도 여야가 합의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현 제도로 이득을 본 정당과 진영이 개혁에 저항한다. 한국 정치 갈등이 구조적이라면, 그 탈출구도 구조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 구조를 바꾸려는 정치적 의지가 부족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 정치 갈등은 단순한 진영 싸움이 아니라 제도의 문제다. 정치인의 자질을 탓하기 전에 그들을 만든 체제를 질문해야 한다.
제도 분석
정치 개혁
대통령제
지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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